아더 신화속의 여성과 21세기 여성관객:

젠더 마케팅 전략 어디까지 왔나?*




조 진 희





1. 머리말


“카멜롯, 엑스칼리버, 원탁의 기사”

이글을 읽는 독자는 누구나 쉽게 아더왕, 마법사 멀린 그리고 귀네비어 왕비를 떠 올릴 수가 있을 것이다. 영국(Britain)의 위대한 왕으로 알려진 아더와 그의 주변 인물들은   영화라는 매체가 대중오락으로 인식되기 시작된 무렵부터 시작하여 최근까지도 영화제작자들에 의하여 끊임없이 제작되어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아더왕에 관한 영화들1)은 단순히 이전 작품에 대한 재현 또는 리바이벌이라고는 보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리메이크(remake) 영화가 전작을 보완하거나 때론 새롭게 대처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제작이 되듯이1) 아더왕과 관련한 영화 역시 아더 신화에 대한 부분적이거나 또는 전면적인 재해석의 의도에서 제작이 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극작가, 감독 그리고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전의 아더 영화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며 또한 신선한 시각을 제시하기에는 여성이라는 젠더(gender)2)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들 중의 하나로 충분히 인식 될 수 있다. 코미디가 아니라 드라마라는 형식에 기반을 두고 있는  아더왕에 관한 영화들의 경우에는 대다수가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하는 이상적 영웅으로서의 아더왕, 원탁을 둘러싼 기사들 간의 강한 동지애, 그리고 욕망과 권력욕으로 인한 카멜롯의 안타까운 몰락을 다루고 있는 말로리 경의 (Thomas Malory) ꡔ아더의 죽음ꡕ(Le Morte D‘Arthur)에 기초한 내러티브 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미 아더왕 신화가 영상에서 재현되는 방식에 관한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의 강도 높은 비난을 통해서도 잘 알 수가 있듯이 여성 등장인물들의 ‘주체성’에 대한 고려는 아주 미약하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3)

이를 입증하듯이 최근 들어서 아더왕 영상문화의 가부장적인 시각이  비록 부분적으로나마 수정되고 있는 영화를 발견할 수 있는데 특히 거대한 영화산업 국가인 미국의 경우를 보자면 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하여  가시화 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텔레비전 영화인  <귀네비어  왕비> (Guinevere, 1994),  <아발론의 여인들>(The Mists of Avalon, 2001)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인  <카멜롯의 전설> (The First Knight, 1995)  <아더왕>( King Arthur, 2004) 등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가 있다.4)

문화가 바람직한 사회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의 하나이며 또한 그 척도임을 믿고 있는 필자이기에 이러한 아더왕 영화에 있어서의 새로운 흐름의 의미를 분석할 것을 이 논문을 통하여 제안하고자 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중심 논제로서 다루고자 한다. 여성이라는 젠더를 의식한 마케팅 전략이 텔레비전 영화라는 대표적인 두 가지 대중 매체를 통하여 각기 어떠한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인가? 기존의 말로리 경에 기초한 정설 (received legend)을 어떠한 방식으로 그리고 어느 정도로 수정 또는 보완하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봄으로써 결국 우리는 젠더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점에 대하여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2. 아더영화에 있어서의 가부장적인 시각


최근의 아더왕에 관한 영화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말로리 경에 기초한 내러티브의 영화적인 헤게모니(hegemony)를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996년도 출간된 저서인 ꡔ할리우드 영화에서의 아더신화의 이용ꡕ(The Use of Arthurian Legend in Hollywood Film)에서 저자는 말로리경의 ꡔ아더의 죽음ꡕ이 다른 어떠한 아더왕을 다룬 문학작품보다도 할리우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5) 그 주장대로 말로리경의 작품은 실제로 영어권 문화에서 아더왕에 대한 시와 소설 등의  문학작품의 모태로서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할리우드의 영화들의 원작으로도 자리매김을 하여왔기에 아더왕에 관한 정설과 동일시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 과연 말로리 경의 아더왕 신화는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나? 어떠한 방식으로 아더왕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기록하고 있는가? 메리맨 (Merriman)이 말로리 경의 아더왕 신화에 있어서의 핵심적 요소 (The Essential Arthurian Story)라고 주장한 것들을  살펴보면 비록 간략하게나마 그  윤곽을 파악할 수가 있을 것이다. 아더는 우더와 이그레인에 의한  탄생하지만 엑터경에 의해 길러지는데 바위에 박힌 검을 뽑음으로써 어린 아더는 왕권을 주장할 수가 있게 된다. 이후에 그는 영국을 하나의 왕국으로 통일 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던 중에  레오데란스왕의 딸인 귀네비어와의 운명적인 결혼을 하고 동시에  원탁의 기사단을 형성하지만 기사 랜스롯과 왕비의 불륜으로 인하여 카멜롯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위기를 느낀 아더는 성배를 찾아서 흔들리는 왕권을 확고히 하려 하지만 거웨인에 의해 왕권 찬탈음모가 시작되며 그는 의붓 누이인 모고즈와의 근친상간으로 낳은 아들인 모드레드와의 격렬한 전투 중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아발론으로 떠난다. 그리고 귀네비어와 렌스롯은 깊은 후회 속에서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6)

물론 엄밀한 의미에서 보자면 많은 학자들의 주장대로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미국의 상업 영화계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아더왕 영화, 즉 말로리 경에 의해 그려지는 인물들을 원작대로 충실하게 묘사하거나 사건들을 연대기적으로 정확하게 재현한 영화를 제작하려는 시도를 결코 한 적은 없었다. 아더왕에 관한 영화들을 제작한 감독과 제작자들은 각각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특정한 요소들만을 선택적으로 이용함으로써 말로리 경에 의해 정설 화된 아더왕 신화를 재구성하고 있을 뿐이다.7) 실제로 현재 2시간 내외로 거의 표준화된 상영시간을 가지고 있는 극영화에서는 원작의 방대한 서사적 시간을 과감히 압축하거나 인물들을  생략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아울러 장르 영화를 양산해온 상업영화계의 관행을 감안해 보자면 각 장르가 요구하는 플롯, 도상(iconography) 그리고 관습 등에 따라 아더왕의 신화에서 부각되는 면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극적 정서를  강조하는 멜로드라마에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아더왕, 귀네비어 왕비 그리고 아더의 충실한 기사였던 랜스롯과의 삼각관계를 강조해 왔었다. 모험 영화라는 장르에서는 원탁의 기사를 형성하는 과정과 성배 찾기, 그리고 환타지 장르에서는 마법사인 멀린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극영화라는 매체적인 속성에 의하여 말로리경의 아더왕 신화는 영화 속에서 다양하게 변형이 되고 있지만 수세기동안 굳이 변하지 않는 것 중의 하나를 들자면 ’가부장적인 시각‘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최초로 말로리를 각색하였다고 주창하는 <원탁의 기사> (Knights of the Round Table, 1953)를 필두로 하여 이후 남성용 모험 영화, 여성용 멜로드라마 또는 가족 관객을 노린 서사 극으로서 아더왕과 관련한 영화들은 대다수가 가부장적인 시각들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미 그 태생에서부터 말로리의 작품은  가부장제와 국가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장미전쟁으로 알려진 영국 역사상 가장 정치적으로 불안정 했었던 시기를 겪어왔던 말로리였기 때문에 아더왕에 관한 일화들을 집대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려 왔었다는 레베카 움랜드(Rebecca A. Umland)와 사뮤엘 움랜드(Samuel J. Umland)의 주장대로8)  말로리는 아더가 원탁의 기사단으로 대변되는 남성간의 결속을 통하여 이상적인 국가통합의 꿈을 카멜롯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였으나 그 꿈이 애욕, 질투심과 권력욕에 의하여 몰락해 가는 과정을 그려냄으로써 강력한 영웅이 이끄는 국가주의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하게 환기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이상적인 영웅으로서의 아더와 남성 결속으로 상징되는 국가주의라는 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말로리가 여성을 외면하고 이용했음은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나고 있는 여성들, 특히 모르간, 모고즈와 귀네비어라는 여성들의 성격화를 통해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미 15세기 당대의 아더왕 신화들을 채록하고 이를 집대성하여 하나의 통일된 내러티브로 재구성한 말로리의 작품은 신화에 대한 레비 스트라우스 (Levi-Strauss)의 연구가 잘 보여주듯이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적인 구조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9) 아더왕에 대한 충성/왕에 대한 배반, 국가적인 이익/개인적 권력욕, 결혼에 대한 성실한 의무/충돌적인 열정, 이성/감성 등의 대립적인 심층구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렇게 전자로 상징되는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선과 후자로 상징되는 악의 갈등 구조 속에서 모든 악의 축은 모르간, 모고즈 그리고 귀네비어로 대변되고 있는 것이다. 즉 개인적 권력욕과 충돌적인 열정에 사로잡힌 이들 여성들이 아더를 직접 배반하거나 또는 배신을 부추김으로써 이상적인 왕국인 카멜롯의 몰락을 초래하게 하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아더의 이복누이인 모르간은 켈트(Celt)족의  문헌이나 12세기의 아더왕 문헌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말로리에 의하여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수녀원으로 보내져서 키워지게 된 모르간은 마법을 배운 후에 이복동생인 아더를 해치기 위하여 갖은 수단을 동원한다. 모르간의 언니인 모고즈도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더를 유혹하여 모드레드를 낳게되는 모고즈를 통해 근친상간이라는 주제가 부각되는데 금지된 욕망의 산물인 모드레드는 아버지를 반역하고 카멜롯의 몰락을 직접적으로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모르간과 모고즈에 의해 대변이 되는 악의 축은 아더왕의 왕비인 귀네비어에 의해 비록 다른 방식으로나마 반복된다. 말로리는 그녀를 카밀리아드의 레오데그란스왕의 딸로 설명하고 있는데 위협에 처한 레오데그란스를 도우러 온 아더는 귀네비어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첫눈에 사랑을 느끼게 되어 멀린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게 된다. 멀린은 그녀가 아더를 배반할 수 있음에 대하여 언질을 주지만 이미 아더의 마음이 결정된 것을 알고 혼인을 주선한다. 그러나 렌스롯이 납치당한 귀네비어를 구한 후에 멀린의 예언은 실현되는데, 렌스롯의 기사도적인 숭고한 사랑에 반하여 왕비는 열정적이고 세속적인 사랑을 갈구하고 그를 유혹함으로써 결국 그 둘은 왕을 배신하게 된다는 것이다.10) 이상에서 비록 간략하게나마 살펴본 것처럼 말로리의 여성캐릭터의 내러티브 기능은 아더와 원탁의 기사들로 대변되는 이상적 국가관, 숭고한 사랑, 이성에 의한 판단력, 충성심등의 선의 축에 대한 대립적인 악의 축으로써 남성들로 상징되는 선의 축을 더욱 미화시키는데 있다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말로리에 기초한 미국의 영화 산업계는 수세기 동안 이러한 가부장적인 국가관을 통해 일그러지고 왜곡된 여성의 모습을 여과 없이 표현해 왔었다. 1954년도에 제작된 <원탁의 기사> (Knights of the Round Table) 가 선례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말로리를 원작자로 영화 크레디트에 명시함으로써 그와의 연계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그의 작품을 충실하게 재현하기 보다는 멜로드라마라는 극영화의 장르적인 기대치에 따라서  선택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예를 들자면 감독인 리처드 트롭 (Richard Thorpe)은 갓 성년기를 맞게 된 아더가 마법사 멀린과 기사 렌스롯의 도움으로 왕권에 오르는 과정을 영화 초반부를 통하여 간략하게만 묘사하고 있을 뿐 렌스롯과 귀네비어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에 대부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왕-왕비-왕의 충실한 기사와의 삼각관계에 비중을 둠으로써 감정적인 갈등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플롯구조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상징물과  감성적인 음악의 사용 등으로 감정의 고저를 강조하고 있는 멜로드라마 속에서 귀네비어는 익숙한 멜로드라마틱한 여주인공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 (All That Heaven Allows, 1956) 등의 동시대의 현대극에서 상류사회의 미망인인 중년의 여성 주인공이 사회적으로 용납하는 남성인 동년배의 상류사회 남자와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의 대상인 젊고 자유분방한 정원사 사이에서 방황하듯이, 그녀 역시 아더와의 결혼으로 상징되는 사회적인 제도와 렌스롯에 대한 욕망으로 상징되는 열정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물론 영화 속의 그녀는 때론 자신의 열정에 굴복하여 렌스롯의 방을 찾아들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수동적이고 스스로 갈피를 잡을 수 없어 타인의 충고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말로리경이 창조해낸 악녀인 모르간도 역시 이 영화 속에 등장하고 있는데 그녀는 사생아인 아더가 아니라 자신이 진정한 후계자임을 주장함으로써 공개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내세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렌스롯과 왕비의 사랑을 공공연하게 알리고 멀린을 살해하고 최후에는 반란을 꾀함으로써 왕국의 파멸을 가져오게 된다.11)

<원탁의 기사>가 이후의 ‘감독들에게 아더왕 신화속의 여성 인물들의 성격화와 그들 사이의 관계설정에 대한 하나의 모델이 되었다’는 주장12)대로 방황하는 비극적 존재로서의 귀네비어 그리고 사악한 악녀로서의 모르간 (또는 모고즈)의 모습은  멜로드라마에서 뿐만이 아니라 시대극, 또는 서사 극을 표방한 다른 할리우드의 장르 영화 속에서도 수세기 동안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존 부어맨 (John Boorman) 감독의 1981년 영화 <엑스칼리버> (Excalibur) 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가 있다. 아더왕의 탄생에서 왕국의 건립 그리고 몰락까지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서사극인 <엑스칼리버>는 스펙터클한 마법과 전투장면 그리고 권력을 위한 암투 등이 부각되고 삼각관계의 내러티브적인 비중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것을 통해서 잘 알 수가 있듯이 관객의 성비면 에서는 여성보다는 남성관객을 노린 영화라고 할 수가 있다. 스토리 라인에 있어서의 로맨스의 비중이 작아진 만큼  더욱 더 귀네비어는 단편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왕비는 사뭇 성적으로 분방한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그녀는 아더와 처음 만나는 순간 뜨거운 시선을 그에게 보내고 춤을 추며 그를 유혹하기도 하지만 또한 그녀를 아더의 궁으로 호위하기 위해 출발했던 렌스롯과의 마주침 이후에 왕의 기사와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대사 등을 통하여 아더 또는 렌스롯을 사랑하게 되는 구체적인 동기가 밝혀지지도 않고 내면적인 갈등을 겪는 모습 등도 충분히 비춰주지 않고 있기에 그녀의 내면의 세계에 대한 탐구가 부재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충분한 성격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만큼 귀네비어는 단지 다소 분방한 여성으로만 비춰지는 것이다. 그러나 팜므 파탈 (femme fatale)로서의 모르간의 개성은 강하게 부각이 되는데 이는 다름이 아니라 특수효과에 의해 구현되는 마법과 대규모의 전투 장면 등이 관객을 흡입하는 주요한 요인의 하나로 기능하는 서사 극인 <엑스칼리버>에서는 선과 악의 대립 그리고 음모가 더욱 중요한 내러티브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어맨의 영화에서는 모르간이 아니라 모르가나라는 이름으로 아더의 의붓누이를 명명하고 있는데  그녀는 어린소녀의 모습으로 영화 초반부에 잠깐 등장을 한다. 즉 이그레인에 대한 애욕을 감출길이 없는 우더 팬드라곤이 그녀의 남편을 살해한 후 그의 모습으로 변장한 채 이그레인을 범하는 광경을 어린 모르가나는 지켜보는 것이다. 그녀는 아름답게 성장한 모습으로 아더의 결혼식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이 후부터  아더의 상대 악역으로서의 모르가나의 비중은 커지게 된다. 미모를 무기로 하여 멀린을 유혹하여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 모르가나는 가장 강력하고 어려운 주문을 배운 후에 속임수를 써서 그를 은둔처에 가둔다. “당신은 이제 내 어머니인 이그레인을 속였던 것과 같은 마법에 의해 힘을 빼앗기게 되었어. 당신에게는 이제 아무런 힘도 남아 있지 않아. 당신은 남자가 아니야. 나는 이제 남자를 찾아내어 신을 잉태할 거야.” 라는 대사를 통하여 관객들에게 그녀의 권력욕을 드러낸 후 왕비의 모습으로 가장하고 아더와 동침을 하여 모드레드를 잉태한다. 권력욕의 화신인 모르간은 강력한 마법으로 그녀의 추종자들과 모드레드를 조종하며 왕국의 찬탈을 꿈꾸는 것이다. 재크린 위버 (Jacqueline de Weever)가 ‘부어맨 감독을 통하여 비로소 모르간은 아더왕의 신화 속에 위치되었다’고 주장13)했을 만큼 <엑스칼리버>에서 모르간은 그 이전까지의 영화에서처럼 단순한 주변인물로서가 아니라 주요한 캐릭터로서 등장하여  권력에 집착하는 여성 그리고 그 권력을 악하게 행사하는 여성으로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 본 것처럼 부어맨의 아더 영화 속의 여성인물들, 즉 단편화된 객체로서의 귀네비어 그리고 권력욕과 음모의 상징으로서의 모르가나는 ꡔ아더의 죽음ꡕ과 <원탁의 기사>의 가부장적인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보자면 부어맨의 모르가나는 권력을 가진 여성에  대한 두려움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는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가부장을 넘어서 안티페미니스트(anit-feminist)적인 전통에 기초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아더왕에 관한 영화들에 있어서 이렇게 여성에 대한 편협한 관점이 비록 부분적으로나마 수정 되고 있는 것을 최근 발견할 수 있는데 그 분기점은 80년대 말부터의 미국사회의 정치, 경제 그리고 문화적인 총체적 변화 속에서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3. 여성관객을 위한 새로운 아더 영화


젠더라는 관점에서 볼 때 80년대 말과 90년대 초반을 전후하여 미국 사회는 극심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고 할 수가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면모를 통하여 잘 드러나고 있다.  유색인종을 포함한 기록적인 숫자의 여성들이 1992년 선거를 통하여 의회에 입각 하였으며 많은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이 임신중절의 합법화를 위해 투쟁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아니타 힐 (Anita Hill)과 힐러리 클린턴( Hillary Rodham Clinton) 등의 여성들이 텔레비전과 잡지를 통하여 대중적 우상으로 떠올랐다. 또한 레즈비언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산드라 베른하트 (Sandra Bernhardt) 는 인기 TV 시리즈물인 <로젠> (Roseanne)에서 극중의 레즈비안 역할을 맡아서 고정적으로 출연하였으며 페미니즘에 대한 공론을 불러일으킨 영화로 평가되고 있는 <텔마와 루이스> (Thelma and Louise, 1991)가 극장에서 개봉되었고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타임」(Time) 지의 표지를 장식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곧 바로 미국사회가 여성 그리고 여성성이라는 관념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활동에 대한 여성들의 참여의 확대와 아울러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의 대중적인 확산으로 인하여 여성들은 사회전반에 걸친 권익의 향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여성들은 롤 모델 (role model)로서 텔마, 루이스 또는 힐러리 클린턴처럼 독립적이고 자의식이 강하며 사회적인 능력을 갖춘 새로운 우상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극명하게 표면화되고 있는 변화에 대하여 최대한의 수익창출이 목표인 할리우드의 영화종사자들은 민감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90년대 초반 이후에 아더왕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제작한다고 하는 것은 비록 그 영화가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액션 또는 모험물에 속하는 장르로서 여성을 주된 타겟그룹 이라기보다는 부수적인 관객으로 상정하는 작품이라고 할지라도 당대의 미국여성들의 문화적인 기호를 일정 부분은 반영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기존의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전통적인 여성성에 대한 탄력적인 변화를 의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젠더라는 관점에서 근래에 제작된 아더왕에 관한 영화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변인의 하나로는 포스트모더니즘 (postmodernism) 이라는 문화적 현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건축, 미술, 음악 그리고 패션 등의 예술의 전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한 문화사조로서 포스트모더니즘의 물결 속에서 오늘날 영상문화에 있어서는  현실 또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고자 하는  ‘리얼리즘‘ 은 그 가치가 사뭇 퇴색되어가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14) 문화 비평가인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가 “영화를 통해 중세기를 표현함에 있어서는 그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진지한 의미에서의 고민이 없으며 오히려 중세기라는 역사적인 과거는 현대적인 인물을 배치하기 위한 하나의 가공의 공간에 불과하다” 고 주장한대로15) 이미 <기사 윌리엄> (A Knight, 2001) 또는 <글래디에이터> (Gladiator, 2001)" 같은 영화를 통하여서도 잘 알 수 있듯이 현대적인 록 그룹 퀸(Queen)의 음악에 맞추어서 춤추는 중세인들 그리고 로봇을 연상시킬 정도의 하이테크로 중무장된 검투사들의 전투장면은 이제 하나의 영화적 관습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익숙해져 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역시 중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아더왕에 관한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서 여성인물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관점에서 보자면 그 작품이 코미디가 아니라 드라마라는 틀 속에서 서사적 비극인 말로리 경의 작품에 기초를 둔다고 할지라도 과거에 비하여 훨씬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1995년에 선보인 <카멜롯의 전설> (The First Knight) 그리고 2004년 개봉 예정인 <아더왕> (King Arthur)은 이러한 사회적, 문화적인 흐름 속에서 필연적으로 태동하게 된 작품들이라고 할 수가 있다. 물론 일각에서 보자면 이 두 영화는 이전의 할리우드 영화를 통하여 묘사되었던 능동적인  여성으로서의 귀네비어의 전통을 잇는다고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1963년에 제작이 되었던 <렌스롯의 검> (Sword of Lancelot) 에서는 원탁의 기사에서 보았던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모습과는 다른 왕비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녀는 렌스롯이 위험에 처했을 때 검으로 위협자를 살해하기도 하는 것이다.16)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이 영화에서의 그녀의 능동성은 오로지 렌스롯을 향한 집착이라는 측면에서만 부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그를 유혹하기 위해 심지어는 책략까지 주저하지 않는 왕비이기에 그녀가 렌스롯을 구한다는 설정은 곧 그녀가 렌스롯과의 관계를 통하여서만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전제의 연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그녀의 적극성은 오히려 팜므 파탈로서의 부정적인 능동성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90년대 이후의 아더 영화들에서는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강인하고 주관이 뚜렷한 군주 아니 심지어는 무장한 여전사의 모습으로서도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카멜롯의 전설> 역시 최근의 많은 중세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에서처럼 ‘역사적인 사실성’ 이라는 부담감에서 상당히 자유로운 영화라고 할 수가 있는데 이는 다른 무엇보다도 등장인물의 설정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 영화는 역시 왕-왕비-왕의 기사의 세 명의 인물과 왕에 대항하는 악한으로서의 말라간트17)를 중심으로 하여 액션이라는 요소와 멜로드라마라는 요소를 적절히 결합하고 있다. 즉 깊숙한 숲 속과 험한 요새를 헤치고 왕비와 아더를 지키는 거친 야생마 같은 기사 렌스롯의 모험과 아더, 귀네비어와 그리고 렌스롯의 삼각관계에 영화는 중점을 두고 있는것이다. 여기서 알 수가 있듯이 엄밀한 의미에서 보자면 내러티브의 중심인물은 리챠드 기어(Richard Gere)가 분장한 렌스롯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호수의 여신의 아들로서 이상적인 기사로서 상징되어 왔던 전통적인 렌스롯과는 사뭇 다르게 그려지고 있다. 떠돌이 무인으로 등장하여 영화전반을 통하여서 허름한 옷을 걸치고 또한 기사도적인 예의범절에 무관한 그에게서는 어떠한 출신상의 계급적인 위치에 대한 단서도 찾기가 어렵다. 근육질에  호방하고  정력적인 기질의 렌스롯은 예의범절과 도덕심은 갖추지 않았으며 또한 민중에 대한 사랑이나 애국심등의 이상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역시 영화 초반부의 렌스롯의 캐릭터 설정에서 보여준 정설에서의 파격은 아더왕에서도 볼 수가 있는데 숀 코네리 (Sean Connery) 라는 배우가 연기한 아더는 렌스롯에 비하여 상당히 나이가 많은 인물이다.

물론 이러한 파격적인 설정은 극적효과를 고조시키기 위한 고안이라고도 할 수가 있다. 초반부에 자연인으로 비춰지던 렌스롯 이기에 귀네비어와 아더왕과의 교분을 통해 국가와 민중 등의 카멜롯이 품고 있는 가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어 치명상을 입고 죽어가는 아더를 도와 카멜롯을 지키게 되는 진정한 영웅으로의 변화를 더욱 극적으로 연출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중년을 넘어서 노년에 가까운 아더라는 설정은 삼각관계의 긴장감을 다소 완화시킬 뿐이 아니라 아더의 죽음 이후 렌스롯과 귀네비어의 결합이라는 할리우드적인 해피 엔딩(happy ending)을 관객들이 긍정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맥락에서 보자면 등장인물의 설정에 있어서의 아더 신화에서의 파격은  동시대의 관객에 대한 흡입력을 높이기 위한 고안이라고도 할 수가 있는데 이는 특히 렌스롯과 귀네비어를 통하여서 잘 알 수가 있다. 근육질의 렌스롯은 가볍고 순간적인 사랑을 즐기는 정력적인 남성으로 초반부에 비춰지고 있다. 위기에 처한 귀네비어를 구출하자마자 그녀를 유혹하지만 자긍심이 높은 그녀에게 거절을 당한다. 이후에 그는 귀네비어가 스스로 원할 때 까지 기다리겠다며 사랑 게임을 즐기는데 마침내 그녀를 통하여 로맨틱한 사랑을 이해하게 되고 그녀를 위하여 카멜롯을 떠나려고 한다는 설정은 곧 <카멜롯의 전설> 의 중요한 고객층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관객을 겨냥한 남성상이라고 할 수가 있다. 제니스 레드웨이 (Janice Radway)의 연구를 통하여 잘 알 수가 있듯이 여성들을 겨냥한 문화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맨스(romance) 물의 남성 주인공은 정력적(macho) 인 면모와 로맨틱한 기질을 적절히 결합한 남성으로서 독립적이고 긍지가 높은 히로인 (heroine)의 영향에 의해 차차 여성을 이해하게 되고 존중하게 되는 인물로 변하게 되는 것인데18) <카멜롯의 전설>의 렌스롯은 바로 이러한 전형적인 인물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귀네비어의 캐릭터화 역시 예측이 가능하다고 하겠다. 그녀가 영화를 통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수도원에서 한 무리의 남성들과 함께 공을 차고 노는 모습인데 이를 통하여 활달하고 자의식이 강한 여성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처음으로 렌스롯과 만나는 장면에서도 이러한 코드를 읽을 수가 있는데 그녀는 아더왕의 청혼을 받고 호위병들과 함께 그의 궁으로 가던 도중에 은닉중인 병사들에 의하여 납치를 당하지만 달리는 마차에서 자신의 하녀를 떠밀어 그녀를 구한 후 스스로 몸을 날려서 탈출을 꾀한다. 이렇게 강하고 굳건할 뿐만이 아니라 충분히 군주로서의 자질을 갖춘 여성인 귀네비어는 독립적이고 사회적인 능력을 갖춘  여성을 우상화하고 있는 당대의 미국관객, 특히 여성관객들로부터의 동질화가 가능한 이미지인 것이다.

비록 <카멜롯의 전설>이 액션과 멜로라는 두 가지의 장르적인 요소를 축으로 하는 영화이기에 로맨스라는 틀 내에서 감정의 흔들림 속에서 고뇌하는 여성이라는 전통적인 틀에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고  마찬가지로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악한 말라간트로부터 자신의 왕국을 보호할 방법을 찾는데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아더의 도움에 의지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여성성과의 완전한 괴리를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지만 전작들에 비하여 지혜롭고 굳건한 의지력을 가진 여성으로 비춰지는 귀네비어는 이제 2004년 7월에 개봉 예정으로서 후반작업중인 영화 <아더왕>에서는 무장한 여전사로서 등장한다. 제작자인 제리 부르크하이머(Jerry Brukheimer)는 <아더왕> 역시 말로리 경에 기초를 두고 있으나 멀린, 마법 그리고 엑스칼리버 등의 환타지적인 측면에 강조점을 두기 보다는 서사적인 전쟁에 더욱 더 무게를 싣고 있다고 한다.19)  또한 성인관객을 주된 고객으로 설정하고 있는 이 영화는 더욱 ‘어둡다’는 표현대로 정치적 암투라는 긴장감 속에서 하이테크로 무장한 스펙터클한 전투장면이 압권인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 2001)를 모델로 하여 제작이 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는데20), 이는 무엇보다도  여전사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는 귀네비어의 모습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내러티브 라인에 대한 더욱 상세한 설명은 현재 언론을 통해 유포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귀네비어의 역할 등에 대하여서는 오직 <아더왕>의 홈 페이지를 통하여서만 짐작할  수 있는데  진흙으로 얼굴을 검게 위장하고서 상체를 간신히 가릴 만한 갑옷을 입은 케이라 나이틀리 (Keira Knightley)는 활을 겨냥하고 있는 모습으로 홍보자료로서 제시되고 있다.21) 물론 이러한 귀네비어의 모습은 철저한 상업적인 전략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비록 내러티브상에서 그녀는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 등장을 하리라고 짐작을 하지만 상체를 거의 가릴만한 크기의 갑옷으로 무장한 모습 자체는 극도로 성적인 대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보자면 귀네비어는 게임 및 영화로도 잘 알려진 <툼 레이더> (Tomb Raider, 2001)의 여주인공인 라라 크로프트(Lara Crofts)의 캐릭터 화와 유사하다고 할 수가 있다. 고고학자로 등장하는 그녀는 여성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적이며, 용기 있고 또한 자기 방어력이 있는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으나 분장 및 의상을 통하여 드러나는 그녀의 외모는 극도로 관능적이다. 이는 바로 여성들이 좋아할 수 있을 만한 롤 모델로서의 강인한 여성이라는 부분을 곧 남성들도 좋아할 만한 섹시한 이미지와 결합시킴으로서 여성 및 남성관객을 함께 노린 마케팅전략으로서 극대화한 부분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4. 텔레비전의 여성용 아더 영화


<텔마와 루이스>(Thelma and Louise, 1991) 또는 <에이리언> (Aliens, 1986) 처럼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액션물의  대중적인 성공은 강인한 여성 이미지의 흡인력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축구, 호신술등에 열광하며 전통적인 남성들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많은 현대 여성들은 이 영화 속의 여성 액션 영웅에 열광하고 있는데 이는 곧 주체적이고 비록 자기 방어에서 출발하였다고는 하지만 폭력을 행사함도 주저하지 않는 여성들의 이미지가 곧 하나의 상업적인 자산으로 기능 하고 있음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할리우드가 최근 제작하고 있는 아더 영화들에 있어서  귀네비어가 여전사로까지 그려지고 있음은 충분히 납득이 갈 수가 있다.

그러나  젠더라는 측면에서 <카멜롯의 전설>과 <아더왕>이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에서 상세히 살펴보았듯이 군주로서의 귀네비어는 로맨스물의 여주인공으로 내러티브의 주된 관심사라고 할 수 있는 남녀간의 성애에 고민하는 여성이라는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전사 귀네비어는 시각적인 이미지에서만 보자면 로라 멀비 (Laura Mulvey)가 지적했듯이 남성관객, 그리고 그의 매개체인 영화 속의 남성 주인공을 위한 보여지는 기표 (signifier)로서의 여성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22) 상체를 거의 드러낸 모습의  관능적인 그녀가 활과 창으로 무장을 한 모습은 가히 역설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귀네비어의 캐릭터화가 이런 방식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이들 영화의 제작 현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저예산 영화로서의 시대극 또는 서사 극은 그 예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만 보더라도 잘 알 수가 있듯이23) 역사적인 배경을 가진 드라마로서 아더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기존의 산업적인 관행으로 보면 대규모의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블록 바스트 (blockbuster)로서 제작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더왕>의 예만 하더라도 제리 부르크하이머의 지휘아래 최고의 스타군단을 배치하고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 분장의 이용 등으로 더욱 스펙터클한 전투장면을 재현하는 등 천문학적인 액수의 제작비와 홍보비를 투입하여 단기간동안 전 세계 배급망을 이용하여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는 영화로서 제작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블록버스터 아더 영화는 더욱 더 폭이 넓은 관객층을 확보하여야 하는 것이다. 장르 또한 서사적 시대극의 배경아래 액션 스펙터클을 표방하여 관객의 성비측면에서 보자면 혼성관객을 추구하는 것이 관례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캐릭터 중심의 심리적인 리얼리즘을 추구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중심의 내러티브구조를 가지는 블록버스터영화의 관습상 인물구도 그리고 인물간의 관계설정은 더욱 더 단순하게 하여야만 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영화적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실험의 여지를 두기를 꺼려하고, 되도록이면 안정적인 선에서만  제작을 하려는 블록버스터 아더 영화임을 감안하자면 <아더왕>의 제작진이 아더 신화의 가부장적인 입장에 관한 전면적이고 진지한 고민을 하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지나친 요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훨씬 진보적인 표현은 텔레비전용 영화들을 통하여 드러나고 있는데 이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 매체적인 속성에 1차적 요인이 있다고 할 수가 있다. 많은  방송학자들이 지적하였듯이 미국의 텔레비전 산업은 여성과 상당히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발전해 왔었다. TV가 중류이상의 백인가정을 중심으로 하여 보급되기 시작했었던 1950년대 초반부터 이미 미국의 네트워크 방송국들은 중산층의 백인 여성들을 자신들 프로그램의 주된 고객층으로 추구하고 이들의 생활 패턴, 문화적 기호, 관심사 등을 반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하였다. 물론 이는 이들 여성들이 가정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주체로서 상업방송국들의 주된 재원이라고 할 수 있는 광고주들의 이익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즉 중산층 백인 여성은 가전제품, 식품, 각종 미용용품 등 텔레비전속의 각종 광고 제품의 주된 구매자라는 인식에서 이들 여성을 겨냥한 프로그램 제작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었다. 물론 이들 주된 타겟그룹의 방송사내에서의 위상에는 다소 변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다양한 케이블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인하여 더욱 더 가시화되기 시작한 채널간의 극심한 경쟁 속에서 1차적 그룹으로서의 중산층 백인 여성들의 중요성은 다소 약화되고 있지만, 이러한 점진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들 그룹은 남성, 노인 또는 어린이들에 비하여, 그리고 유색인종의 다른 여성들에 비하여 더욱 중요한 소비그룹으로 위치하고 있으며 이들을 겨냥한 프로그램의 제작은 재원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할 수가 있다.24)

90년대 이후 제작된 텔레비전의 아더 영화들은 극장용 영화와는 달리 이렇게 주된 수용자 그룹으로서의 이미 확보된  성인 여성층을 겨냥하여 제작되고 있는데, 이러한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 덕분으로 이들 텔레비전용  영화들은 극장용 영화보다도  더욱 더 용이하게 여성의 시각을 투영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영화보다 적은 제작비로 제작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진보적인 내용의 반영이 용이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매체의 특이성을 감안해 보자면 아더 신화의 여성들이 텔레비전을 통하여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고 있는 것을 쉽게 이해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즉 수세기 동안 극영화를 통하여 줄곧 조명을 받아온 귀네비어뿐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노출이 덜 된 인물인 모르간 (또는 모르가나)까지도 이제 당당한 내러티브의 주인공으로서 그들의 시각을 통하여 아더 신화를 재구성할 수 있게 된 것도 다름 아닌 텔레비전이라는 매체 덕분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25)

쥬드 테일러 (Jud Taylor)가 감독한 1994년도 텔레비전 영화인 <귀네비어> (Guinevere)가 그 시발점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 영화는 퍼시아 울리 (Persia Woolley)의 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영화 속의 어린 귀네비어는 당대 지배계급의 남자들에게만 허용되었던 것과 같은 교육을 받고 검술 및  협상기술에 능한 여성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렇게 당당하고 주체적인 그녀의 모습은 아더왕 정설의 기반을 의도적으로 흔들어 놓고 있는데 그 극점은 렌스롯과의 관계이다.26) 그녀는 아버지인 왕의 죽음으로 인하여 군주로 등극하면서 결국 렌스롯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게 되는데 이러한 설정을 통하여 전형적인 여성만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개인적 공간(private sphere)과 감정에 사로잡힌 귀네비어가 아니라 오히려 전통적으로 남성만의 영역으로 인정되고 있는 공적인 공간(public sphere)과 사명에 충실한 군주로서의 귀네비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001년도에 제작된 텔레비전 영화인 <아발론의 여인들> (The Mists of Avalon)에서는 이러한 여성주의 적인 시각이 더욱 더 강해질 뿐만이 아니라 그 의도를 작품의 전반을 통하여 상당히 의식적으로 드러내게 된다. 터너 네트워크 방송(Turner Network Television) 은 자체 제작한 총 상영시간 4시간의 <아발론의 여인들>을 2회에 걸쳐서 방영하였는데 이는 마리온 지머 브레드리 (Marion Zimmer Bradley) 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한 것이다. 그녀 자신은 청소년기에 환타지 장르의 팬에서 출발하여 이후 아마추어 소설가로, 그리고 잡지의 편집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였는데 그녀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게 한 가장 주요한 작품으로는 일련의 서사적 환타지 소설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녀는 아더 왕 신화와 트로이 전쟁 등 역사적인 상황 속의 여성을 소재로 하여 그들의 시각에서 과거의 편린들을 모으거나 새롭게 창조하였던 것이다. 「아발론의 여인들」 (The Mists of Avalon, 1983)과 「횃불」 (Firebrand, 1987)이 그 대표작이다. 「아발론의 여인들」이 출간된 지 20년이 지난 2001년도에야 터너 네트워크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는  환타지 장르의 유행이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가 있다. <해리 포터>에서 시작되어 <반지의 제왕>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을 상상력과 마법이 지배하는 세계로 초대하는 영화들은 단순한 그 원작 소설의 팬들 뿐이 아니라 일반 관객들마저도 영화관으로 흡수하며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흥행을 수립하였던 것이다. 이들 영화 신드롬으로 인하여 환타지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아발론의 여인들」은 그 주제와 내용 등에 있어서 다분히 극영화산업 종사자들에게보다는 텔레비전 제작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우선 원작자체가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는데, 이는 관객층을 비교적 넓게 상정하는 블록버스터 극영화로서보다는 오히려 여성관객층을 겨냥한 텔레비전 영화의 제작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것이다. 또한 여러 세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복잡한 플롯구조를 가지고 있는 원작소설을 압축한다는 것이 2시간 남짓으로 표준화된 극영화의 상영시간으로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지만 2부작 또는 3부작의 텔레비전 영화로서는 표현이 보다 용이하다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원작의 내용에 있어서도 전투 등의 외형적인 사건에 대한 묘사보다는 등장인물들 간의 심리적인 관계에 대한 묘사가 주가 되고 있기에 스펙터클을 추구하는 극영화보다는 브라운관이라는 적은 화면 내에 인물간의 갈등 관계 묘사에 중점을 두고 있는 TV라는 매체에 더욱 적합한 것이다.

<아발론의 여인들>의 내용적인 지향 점은 다른 무엇보다도 터너 네트워크의 공식적인 홍보 문구를 통해서 잘 드러나는데 제작사는 이 영화를 “아더왕의 권좌 뒤에서 권력을 행사했었던 세 명의 여성들의 시각을 통해서 살펴본 전설적인 카멜롯에 관한 이야기”27)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호수의 여신인 비비안, 그녀의 동생인 모고즈와 그들 자매의 조카인 모르게인의 세 명의 여성을 표지사진에 등장시키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지금껏 아더왕에 관한 영화들을 통하여  주변부 역할을 하였던지 또는 전혀 영화 속에 등장하지도 않았던 여성들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체임을 전면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이야기 하자면 이 영화는 모르게인의 영화로서 그녀의 시각에서 카멜롯을 조명해 본다는 것은 이미 영화의 시작 장면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짙은 안개 속에서 조각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 배에는 지친 모습의 젊은 여성이 타고 있다. 조안 앨런 (Joan Allen) 이 연기하고 있는 모르게인의 모습이 서서히 화면 전체를 가득 채움과 동시에 보이스 오버 내러이션 (voice over narration)으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카멜롯의 군주로 알려진 위대한 왕 아더에 대한 진실한 이야기를 알지는 못하고 있다. 카멜롯, 귀네비어, 렌스롯 그리고 악한 마법사로 알려진 모르게인에 대하여  당신들이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은 모두가 거짓말에 불과하다“라는 내러이션과 함께 서서히 플래시 백 (flash back)으로 모르게인의 어린시절, 색슨족의 침략에 짓밟히고 있는 아발론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그녀의 내러이션이 잘 보여주듯이 <아발론의 여인들>에서는 부어맨 감독의 <엑스칼리버>의 성공이후 대중 문화 속에서 강하게 각인된 악한 마법사 모르간을  모르게인이라는 이름으로 등장시켜 새로운 평가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어린 모르게인을 시작으로 하여 이 영화는 그녀의 성장과정의 주요한 편린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더의 잉태과정을 지켜보는 어린 모르게인, 예지력 (insight) 을 가진 소녀로서 아발론의 미래의 사제가 되기 위해  호수의 여신 비비안에게서 수련을 받는 과정, 렌스롯에 대한 연정, 성장한 아더와의 비밀스런 해후와 모르도르의 출산, 아콜론과의 결혼, 모르도르와의 전투에서 부상당한 아더를 돕기 위해 달려가는 모르게인, 부상당한 아더와 함께 아발론을 배회하는 모르게인 등 영화 속에서 드러나고 있는 그녀의 모습중의 상당부분은 무엇보다도 기존의 정설에 대한 수정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아더와의 관계가 가장 좋은 예라고 할 수가 있다. 어린 모르게인은 예지력에 의해  우더 팬드라곤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이그레인을 아내로 취하리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그녀는 기존의 아더 영화와는 달리 아더를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의붓누이로서 어린 아더에게 애정을 쏟는다. 이 둘의 운명은 곧 호수의 여신인 비비안에 의해 소용돌이치게 되는데 그녀는, 멀린이 아더를 장래의 왕으로 교육시키기 위하여 데려 갔던 것처럼, 예지력이 있는 모르게인을 장래의 아발론의 사제로 교육시키기 위하여 데려간다. 아름답게 성장한 모르게인은 렌스롯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다산을 기원하는 의식이 행하진 날에 자신의 상대 남성이 아더임을 모른 채 동침을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아발론의 여인들>은 부어맨의 <엑스칼리버>에서처럼 단순한 악의 또는 권력욕 속에서 아더를 유혹하는 의붓 누이로서가 아니라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서 고통을 받게 되는 모르게인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가혹한 운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렌스롯을 사랑하는 모르게인은 렌스롯의 연모의 대상인 귀네비어 왕비에 대한 질투심으로 인하여 귀네비어와의 사이는 멀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두 여성 모두 고통을 겪게 된다. 조금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수태를 고대하는 귀네비어의 요청에 의하여 모르게인은 부적을 만들어 주지만 다산의식이 거행되는 날  귀네비어에게  아더가 렌스롯과의 동침을 권하고 하룻밤을 같이 지낸 이들 3인의 사이는 이후에 벌어지게 된다. 먼저 죄책감을 느낀 렌스롯은 왕궁을 떠나게 되고 여전히 수태를 하지 못한 귀네비어는 아더와 모르게인에 대한 원한을 감추지 않는다. 귀네비어는 모르게인이 새로이 사랑을 느끼고 있는 대상이 아콜론 경임을 알고서 책략을 써 모르게인이 아콜론의 아버지의 청혼을 받아들이게 한다. 아콜론 경의 아버지와의 결혼을 왕비의 부추김으로 아더는 주선하는데 모르게인은 그 제의가 아콜론과의 결혼인줄 알고 공개적으로 승낙을 하게 되고 그녀 자신의 운명에 승복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심리적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속에서 때론  질투심에 굴복을 하기도 하며 인간으로서의 근본적인 나약함도 보여주지만 모르게인은 결국 이러한 애증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고 있는 수녀원에서 수행을 하고 있는 귀네비어와의 화해 그리고 그녀와 동침한 대상이 아더임을 밝히지 않았던 비비안에 대한 원망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하여서 영화는 성숙한 한 인간으로서의 모르게인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설명한 것처럼, <아발론의 여인들> 의 중심인물은 모르게인이다. 남성들은 단순히 하나의 배경에 불과하였다는 한 평론가의 주장대로28), 아더, 렌스롯, 멀린 등의 남성의 역할은 미미하다고 할 수가 있는데 이들은 내러티브를 이끌어 가는 주체가 아닐 뿐 더러 이들의 내면세계에 대한 깊은 탐구도 시도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군주로서의 이상과 함께 인간적인 나약함을 보이는 아더, 기사로서 군주에 대한 헌신과 왕비에 대한 사랑 속에서 번민하는 렌스롯,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멀린 등 기존의 전형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인물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또한 귀네비어에게도 해당이 된다고 할 수가 있다. 사실 원작은 <반지의 제왕>에 버금갈 정도로 상당히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소설로서 여러 세대간의 이야기를 복잡한 플롯 구조 속에서 풀어가고 있는데 그 각색자 게빈 스코트(Gavin Scott)가 “자신의 주된 목적은  하나의 드라마틱한 스토리 라인으로서 원작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라고 밝혔듯이29) 영화는 모르게인이라는 하나의 인물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인물과 사건에 있어서 갈등구조를 강조하는  전통적인 드라마투르기를 고집함으로 귀네비어를 희생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즉 영화 속의 귀네비어는 강인하고 인간적인 모르게인에 반하여 나약하고 의존적이며 끊임없이 불평하는 존재로만 그려지게 된 것이다.

<아발론의 여인들>이 모르게인을 중심으로 한 여성용 영화라는 주장은 이렇게 그녀를 내러티브의 주체로서 긍정적인 인물로 설정했음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녀와 그녀의 주변인물을 통하여 여성만의 문화와 공간을 정당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선 이 영화는 초반부를 통하여 모계사회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아발론을 그려내고 있는데 호수의 여신 비비안을 중심으로 하여 여신 숭배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아발론은 안개 속에 쌓인 평화로운 곳으로서 묘사되고 있다. 또한 흔히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하여 감성과 직관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아발론의 여성들은 뛰어난 예지력을 가지고 있다.30) 직관력이 가장 발달한 여성들인 비비안과 모르게인이 곧 이들의 리더가 될 자질이 있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는데 영화는 이들이 예지력을 행사하는 방식에 대하여도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사실 뛰어난  예지력으로 인하여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비비안은 이그레인과 우더 팬드라곤과의 결혼이 피할 수 없음을  공언하여 타인의 운명을 뒤흔들어 놓기도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타인의 운명을 조종할 수 밖에 없는 원인으로는 색슨족의 침략으로부터 아발론과 카멜롯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되기에 관객은 이렇게 예지력을 행사하는 영화 속의 여성에 대하여 그 힘의 행사를 인정하고 관대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모르게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도모함과 동시에 여신숭배의 모계사회와 예지력으로 나타나는 여성의 권력행사가 긍정적인 힘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을 이 영화가 제시한다는 점에서 보자면 <아발론의 여인들>은 루비 리치(Ruby Rich)가 고안한 용어인 ‘여성을 인정하는 영화’(“validative” cinema)라는 카테고리에 속하는 영화로서 설명할 수가 있을 것이다. 루비 리치는 「페미니스트 영화비평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Feminist Film Criticism)라는 논문을 통하여 ‘페미니스트 영화’ (feminist film), ‘여성영화’(women's film) 또는 ‘여성에 의한 영화’ (films by women)들로 불리는 일련의 영화들에 대한 새로운 이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예를 들자면 ‘페미니스트 영화’는 종종 페미니즘을 명백한 소재로 다룬 영화만을 의미하기에 이러한 용어만으로는  그 내용과 표현에 있어서 다양하게 등장하는 영화들을 수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여성영화’ 또는 ‘여성에 의한 영화들’ 역시 그 용어적인 제한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리치는 대신에 세부적인 용어들을 새로이 제시하고 있는데31) 그 중의 한 카테고리로서 ‘여성을 인정하는 영화’는 다음과 같은 영화를 지칭하고 있다. 이들 영화는 그 말 그 대로 여성의 문화와 개인적 삶을 인정하고 있는 작품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여성의 삶에 대한 연대기적인 기록을 하거나 또는 숨겨진 과거를 밝히는 고고학적인 입장을 취하는 영화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실험적이기 보다는 스타일과 재현 방식 등에 있어서 대중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32) 따라서 주요 등장 인물들 간의 갈등에 기본을 두고 있는 대중적인 드라마라는 틀 속에서, 기존의 가부장적인 아더왕 정설에서 뒤안길에 가려져 있거나 또는 권력욕과 애욕에 사로잡힌 악녀로 매도되었던 모르게인을 새롭게 조명하며 모계사회와 예지력이 뛰어난 여성에 대한 긍정적인 상상력을 불어 넣고 있는 <아발론의 여인들>은 리치의 표현대로 ‘여성을 인정하는 영화’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5. 맺는 말


1998년 워너 브라더스(Warner Brothers)사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인 <매직 스워드> (The Magic Sword: Quest for Camelot)가 개봉되었다.33) 베라 채프만(Vera Chapman)의 「왕의 숙녀」 (The King's Damosel)가 그 원작이라고 주장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아더왕 시대의 젊은 여성 케일리 (Kayley)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왕의 기사인 라이오넬의 딸인 케일리는 외딴 곳에서 엄마와 함께 살며 청소 빨래 등의 가사를 돕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녀 자신 기사가 되어 카멜롯의 일원으로 살고 싶은 꿈을 꾼다. 어느 날 그녀는 마법의 검인 엑스칼리버가 도난당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왕궁을 구하고 기사자격을 수여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검을 찾아서 길을 떠나는데 머리가 2개 달린 용 그리고 장님인 게럿트(Garrett)를 만나 그들과 함께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게럿트가 장님이라는 설정은 자연스럽게 케일리의 역할을 강조할 수 있기에 가정과 가사일이라는 여성에게 주어진 공간에서 벗어나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한다는 영화시작에서 보이는 페미니스트적인 의도와  일치하다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영화 초반부에서 보여준 정치적인 색채는 곧 퇴색하고 마는데 이는 특히 후반부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모험이 차차 진행되면서 장님임에도 불구하고 신기에 가까운 창술을 휘두르는 게럿트의 영웅적인 활약이 강조되는 반면에 케일리는 동등한 파트너라기보다는 좌충우돌하며 곤경에 빠지게 되는 의존자로서 그려지게 된다. 이러한 포커스 (focus)의 변환을 입증 하듯이 시력을 회복한 게럿트가 아더왕으로부터 기사자격을 수여받게 되고 케일리와 결혼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매직 스워드>의 플롯구조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더신화를 이용함에 있어서의 상업적인 착취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여성도 결혼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며 젠더라는 관점에서 다소  진취적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차차 보호받는 케일리 그리고 여자 기사가 아니라 한 남성의 아내로서 정착하는 케일리를 보여줌으로써 사뭇 보수적인 내용으로 변질되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결국 이는 최초의 설정 자체가 여성주의(female empowerment)라는 하나의 문화적 흐름에 대한 표피적인 반영 또는 시선 끌기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여성주의를 상업적으로나 이용하려는 의도는 <아더왕> (King Arthur, 2004)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본문을 통하여 이미 상세히 설명하였듯이 내러티브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는 주체적인 군주로서 또는 여전사로서의 귀네비어의 기질은 수동적인 객체라는 전통적인 여성성에서는 벗어나고 있으나 한편으로 시각적인 이미지라는 면에서 보자면 상체를 거의 가릴만한 크기의 갑옷으로 무장하여 극도로 관능적으로 비춰지는 모습의 귀네비어는 역시 보여지는 기표로서의 여성성을 완전히 탈피하고 있지는 못한 것이다..

그렇지만 여성주의라는 보이지 않는 압력은 다른 한편으로는 상당히 호소력이 짙은 아더왕 영화를 제작해내는 결과를 가지기도 하는데 <아발론의 여인들>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가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텔레비전 영화로서 여성관객을 타겟그룹으로 하여  제작이 되었기에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 극장용 영화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내용을 담을 수가 있는 것이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하나의 영화를 감상할 때 그 내용을 특별한  생각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도 있으며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주어진 내용의 인과관계나 모순점 또는 비슷한 영화들과의 차이점등에 대하여 의식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감상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발론의 여인들>처럼 수십 번이 넘게 되풀이 되어온 아더영화에 대한 또 하나의 리메이크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를 감상할 경우에는 적극적인 감상 (active reading)을 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고 할 수가 있다.34) 더욱이 <아발론의 여인들>은 시작장면에서 “카멜롯, 귀네비어, 렌스롯 그리고 악한 마법사로 알려진 모르게인에 대하여 당신들이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은 모두가 거짓말에 불과하다“ 라는 내러이션을 통하여 과거의 재현방식이 모두 거짓임을 영화의 시작을 통하여 밝힘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과거영화들과의 비교를 더욱 더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관객들 중의 일부는 지금껏 익숙하게 보아왔던 표현방식 또는 재현방식 등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통해 모르게인이 인간적인 상처와 운명을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엑스칼리버>의 모르간의 모습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던 필자처럼, 많은 관객 또한 어린시절에  보았던 디즈니의 만화영화 <아더왕의 검> (The Sword in the Stone, 1963) 속의 늙고 흉측한 여자 마법사를 떠올리며 마법사, 마녀, 여왕, 또는 여사제등의 힘이 있는 여성들이  사악하거나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이 아니었고 단순히 가부장적인 전통 속에서 매몰되거나 왜곡된 인물임을 자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발론의 여인들>에 있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타겟그룹으로서 여성들의 취향을 분석하고 그들의 욕구와 취향에 맞춘 문화상품을 제작한다는 젠더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 흔히 드러나는 치명적인 문제점으로부터 이 영화 또한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사실이다. 많은 미디어 학자들이 지적하였듯이 젠더를 기준으로 하여 장르, 내러티브 형식, 도상 등을 구분하여 제작하는 방식은  문화 산업계 내에서 오랫동안  표준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예컨대 소년들을 타겟으로 한 소설책은 이미 19세기 중반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35) 이렇게 여성, 남성, 소녀 또는 소년 등의 주된 타겟그룹들의 취향, 기호 그리고 바램을 분석하고 이를 문화상품제작에 최대한 반영한다는 젠더 마케팅전략은 물론 호소력이 짙은 상품을 생산해 낼 수도 있지만 그 한계점이라면 이미 가정과 사회에서의 교육의 결과로 인하여 각 젠더 그룹에 따라서 다르게 형성된 취향과 욕망들이 다시금 그대로 재생산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소녀들을 겨냥하여 출시된 비디오 게임인 <티키의 미스테리> (Hawaii High: The Mystery of the Tiki), <패션 디자이너 바비> (Barbie Fashion Designer)등의 경우를 보자면 이들 게임은 핑크색으로 포장되어 패션, 요리 그리고 미용을 중심으로 하여 구성이 되거나 또는 그 장르로 보아서는 액션보다는 퀴즈와 미스터리 중심으로 전개 되고 있다. 이렇게  청색이 던져주는 이성적인 느낌에 반하여 핑크의 감성적인 느낌, 그리고 공격적인 액션 또는 전략이 아니라 반응적이거나 탐색적인 면모를 강조함으로써 이들 소녀들을 겨냥한 문화상품은 기존의 이분법적인 젠더구조를 반복하고 또 강화시키는 경향까지 있는 것이다.36) 아울러 젠더에 따라 지나치게 획일화된 문화적 기준만을 상품화함으로써 결국은 각 젠더에 속한 구성원 개개인들의 다양한 욕구들, 예를 들자면 액션물에 열광하는 소녀 또는 인형놀이에 열중하는 소년들의 문화적인 욕구는 지속적으로 소외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37)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점을 다시 한번  <아발론의 여인들>을 통하여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본문을 통하여 이미 설명하였듯이 아발론의 여성들은 뛰어난 예지력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의 경험이 잘 보여 주듯이 여성은 흔히 남성에 비하여 감성과 직관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만의 문화라는 것은 결코 생리학적으로 결정된 부분이 아니라 사회적인 교육에 의하여 학습된 결과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여자아이들에게는 남자아이들에 비하여 과학 또는 수학 등의 교과목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를 덜 해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가부장제에서 성장한 많은 여성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아버지 또는 남자형제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따라 반응을 해야 한다는 요구사항에 이미 길들여졌기 때문에 관찰력 또는 직관력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38) 물론 가부장제에 의하여 격하되었던 여성만의 문화인 감성과 직관력을 긍정한다는 관점에서만 보자면 <아발론의 여인들>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로서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란 여성성/남성성 또는 여성만의 문화/남성만의 문화라는 카테고리를 단순히 재생산하거나 아니면 배타적인 것으로서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이분법적인 카테고리 자체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임을 상기했을 경우엔 이 영화의 재현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할 수가 있는 것이다.39) 이들 영화 속의 여성들을 통하여 만약 관객이 직관력과 감성이 남성과 다른 여성만의 고유영역임을 다시 한번 확신한다면 이러한 카테고리 자체가 개인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구속하는 또 다른 하나의 억압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인 것이다.


(숙명여자대학교)




주요어: 리메이크, 아더 영화, 여성용 대중 문화, 젠더 마케팅, 텔레비전 영화.






인 용 자 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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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tnt.tv/Title/Display

www.wga.org/craft/interviews/gavin-scott.html






ABSTRACT


Arthurian Women and Contemporary Female Spectators:

What Can We Learn from Gender Marketing Strategy?


Jinhee Cho


Our time is particularly heavy in remakes. There is a film and it is remade at a later date. As Leo Braudy claims, the remade film is less frequently an homage or revival than an effort to supplant its predecessor partially or entirely. I can find this desire to supplant the previous version in contemporary films about Arthur. In particular I can detect a will to supplant a patriarchical bias in such films as "Guinevere"(1994), "The First Knight"(1995), "The Mists of Avalon"(2001) and "King Arthur"(2004).

In fact, Arthurian films have long been blamed because of their patriarchical nature: from "Knights of the Round Table"(1954) to "Excalibur"(1981), female characters have been featured as either helpless maiden or femme fatale. The late 1980s and early 1990s, however, brought signs of trouble on many fronts : "Thelma and Louise"(1991) burst onto theater screens; Murphy Brown and Hillary Clinton were omnipresent on home screens and the front pages of national publications; record number of white women and women of color fought for and won congressional seats in the 1992 elections. The unsettling signals from on-screen and real life women spelled trouble for the categories woman, women and femininity. Directors and producers working in commercial media industry are cultural collectors. Their job is to detect a cultural current and to reflect it even superficially. Seen from this perspective, it is quite natural to find more promising representation of women in contemporary Arthurian films.

As a  feminist critic, I want to analyze the way women are represented in television and theater movies. Interestingly enough, each medium pays a tribute to the idea of 'female empowerment' quite differently. Bringing each medium's  gender-sensitive marketing strategy into the forefront, I want to discuss both the limit and the possibility of 'gender marketing strategy.'




Key Words: remake, Arthurian cinema, validative cinema, gender marketing strategy, women's culture


* 이 논문은 2002년도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KRF-2002-074- AS1578)

1) 필자는 아더왕이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아더가 주요 캐릭터들 중의 하나로 등장하는 영화를 아더왕에 관한 영화라고 표현하였다. 논문을 통하여 필자는 아더에 관한 영화, 아더 영화 또한 아더와 관련한 영화 모두 같은 맥락에서 지칭하고 있다.


1) 레오 보라우디(Leo Braudy)는 자신의 논문 「리메이크에 관한 고찰」(Afterward: Rethinking Remakes)에서  위와 같은 주장을 하였다. Leo Braudy, "Afterward: Rethinking Remakes" in Andrew Horton and Stuart McDougal eds. Play It Again, Sam (Berkel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8), pp.327-334.


2) 젠더라는 용어를 이용함으로써, 필자는 여성 또는 남성이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 (biological determinism) 를 거부하는 것이다.


3) 아더 신화속의 여성성에 관한 페미니스트적인 입장에서의 분석으로는 다음을 참조하시오. Maureen Fries, “How to Handle a Woman, or Morgan at the Movies” in Kevin J. Harty ed. King Arthur on Film (Jefferson: Jefferson, 1999), pp67-80. Jacqueline de Weever, "Morgan and the Problem of Incest" in Kevin Harty ed. Cinema Arthuriana (London: McFarland, 2002), pp.54-63.


4) <아발론의 여인들> <카멜롯의 전설> 등은 이미 상기의 제목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하였기에 그 명칭을 그대로 이용하였다.


5) Rebecca A. Umland and Samuel J. Umland, The Use of Arthurian Legend in Hollywood Film (Westport: Greenwood,1996), p.1.


6) Rebecca A. Umland and Samuel J. Umland, 앞의 책, p.2.


7) 앞의 책, p.4.


 8) 앞의 책, p5.


9) 김병철 등이 옮긴 「어휘로 풀어 읽는 영상기호학」 (서울: 시각과 언어, 1992)의 145면에서 151면까지에 레비 스트라우스의 신화에 관한 연구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10) 혼외정사라는 주제는 트로와(Chretien de Troyes)가 12세기에 저술한 ꡔ마차의 기사ꡕ(The Knight of the Cart)에서 다루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말로리는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그 둘의 부정을 심판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더함으로써 혼외정사에 대한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정면에 가져온다.


11) 이 영화는 현재 구할 수가 없기에 영화의 줄거리에 관한 묘사는 다음의 논문을 참조하였다. Rebecca A. Umland and Samuel J. Umland, "The Arthurian Legend as Hollywood Melodrama" in The Use of Arthurian Legend in Hollywood Film (Westport: Greenwood Press, 1996), pp.73-104.


12), Rebecca A. Umland and Samuel J. Umland, 앞의 책, p.74.


13) Jacqueline de Weever "Morgan and the Problem of Incest" in Cinema Arthuriana (Jefferson: McFarland 2002), p61.


14) 정치, 사회철학 그리고 문화사조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보다 상세한 이해를 위해서는 다음의 저서를 참조하시오. Steve Best and Douglas Kellner, Postmodern Theory (New York: The Guilford Press,  1991).


15) Umberto Eco, "The Return of the Middle Ages," in Travels in Hyperreality. Trans. William Weaver. (Harcourt Brace Jovanovich, San Diego, 1986), p68.


16) <렌스롯의 검>은 현재 구할 수가 없기에 이 영화의 줄거리에 대한 설명은 다음의 논문을 참조하였다. Rebecca A. Umland and Samuel J. Umland, "The Arthurian Legend as Hollywood Melodrama" in The Use of Arthurian Legend in Hollywood Film (Westport: Greenwood Press,1996), pp84-91.


17) <카멜롯의 전설>에서는 친숙한 악한으로서의 모드레드 또는 모르간이 아니라 말라간트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악한을 등장시키는데 그는 가장 강력한 원탁의 기사였으나 아더에 반기를 들고 반역을 꾀하는 인물이다.


18) Janice Radway, Reading the Romance (Chapel Hill: The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Press, 1984).


19) www.scifi.com/sckfiwire/art-film


20) 관객등급에 있어서는  R 등급을 겨냥하여 <아더왕>은 제작되고 있다. 이 영화가 <글래디에이터>를 모델로 하고 또한 그 내용에 있어서 정치적 암투를 상당히 암울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은  여주인공 케이라 나이틀리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앞면의 웹 사이트 (web-site)를 참조하시오.


21) www.moviecitynews.com/arrays/2004/kingarthur.htm


22) Laura Mulvey, "Visual Pleasure and Narrative Cinema" in Visual and Other Pleasures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1989), pp.14-28.


23) 할리우드는 전통적으로 B급 즉 저예산영화로는 뮤지컬, 시대극 등은 제작하기를 꺼려하였다. 그 대신에 B급 서부영화, 공포 영화, 갱스터 영화는 하나의 독립된 카테고리로 간주될 정도로 오랜 제작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주창규 등이 옮긴 ꡔ영화란 무엇인가ꡕ(서울:거름, 1997)의 227면을 참조하시오.


24) 미국의 텔레비전의 초창기 발달사를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다음의 문헌들을 참조하시오. Lynn Spigel and Denise Mann eds., Private Screenings (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 1992). 또는 Camera Obscura /33-34.


25) 사실 근친상간이라는 이슈 때문에 모르간 또는 모르가나는 대중영화 속에서 등장하기가 쉽지 않았었다.  근친상간이라는 주제를 아더 영화 속에 묘사함에 있어서의 어려움에 관하여서는 다음의 논문을 참조하시오.   Michael A. Torregrossa, “Will the Real Moldred Please Stand Up? Strategies for Representing Mordred in American and British Arthurian Film" in Cinema Arthuriana, pp199-210.


26) 이 영화 역시 현재 구할 수가 없기에 영화의 플롯에 대한 설명은 다음의 문헌을 참조하였다. Kevin Harty, "Cinema Arthuriana: An Overview" in Cinema Arthuriana (London: McFarland, 2002), p22.


27) 공식적인 프로모션 문구는 다음과 같다. “The story of legendary Camelot, as seen through the eyes of the women who wielded power behind King Arthur's throne." www.tnt.tv/Title/Display


28) Kevin Harty, "Cinema Arthuriana: An Overview" in Cinema Arthuriana, p28.


29) www.wga.org/craft/interviews/gavin-scott.html


30) 여성은 흔히 남성에 비하여 감성, 직관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물론 이러한 여성만의 문화라는 것은 생리학적으로 결정된 부분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인 교육의 결과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통적으로 여성에게는 과학, 또는 수학 등의 교육의 중요성을 덜 피력한다든지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이들의 요구에 민감하기를 강요하는 등의 사회적 기대감이  남성에 비하여 더욱 강한데 이러한 결과로 인하여 여성들이 더욱 예측력 또는 직감이 발달된 것으로 평가를 받곤 하는 것이다.


31) 루비 리치는 validative, correspondence, reconstructive, medusa, projectile등의 용어를 제안하고 있다.


32) Ruby Rich, "In the Name of Feminist Film Criticism" in Patricia Erens ed. Issues in Feminist Film Criticism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1990), pp268-287.


33) 한국에 출시된 제목인 <매직 스워드>를 필자는 그대로 이용하였다.


34) 리메이크 작품을 감상할 경우엔 이러한 적극적인 감상의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다음의 논문을 참조하시오. Leo Braudy, "Afterward: Rethinking Remakes" in Andrew Horton and Stuart McDougal eds. Play It Again, Sam (Berkel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8), pp.327-334.


35) 19세기 중반을 즈음하여 출현하기 시작한 소년들을 위한 소설책의 내용에 관해서는 다음의 문헌을 참조하시오. Justine Cassell, “Storytelling as a Nexus of Change in the Relationship between Gender and Technology” in Justine Cassell and Henry Jenkins eds. From Barbie to Mortal Combat (Cambridge: MIT Press, 1999), p.277.


36) 1994년 출시된 <티키의 미스테리>는 소녀들을 타겟 그룹으로 하여 제작된 최초의 비디오 게임이다. 소녀들을 겨냥한 비디오 게임이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어떠한 역사적 문화적인 배경아래 어떠한 양식으로 발전되었는지를 조금 더 상세히 연구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저서가 유효하다. Justine Cassell and Henry Jenkins eds. From Barbie to Mortal Combat (Cambridge: MIT Press, 1999).


37) 여성을 겨냥한 상업용 여성문화들이 결국 장르, 표현양식, 내용들을 통하여 여성성을 재생산하게 된다는 맥락에서 Teresa de Lauretis는 여성용 영화 (women's cinema)를 ‘Technology of gender'라는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gender에 대한 고정적인 관념을 재생산하는 도구로서 여성용 영화가 기능할 수 있다는 면을 부각시킴으로써 젠더 마케팅이 가진 한계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Teresa de Lauretis, Technologies of Gender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1987).


38) 감성과 관찰력 그리고 인간관계들에 비중을 두고 있는 여성만의 문화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학습된 결과이며 또한 가부장적인 남성의 시각에 의하여 그 존재가치에 대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는 관점에 대한 보다 자세한 논의를 위해서는 다음의 저서들이 주효하다. Ellen Seiter, Sold Seperately: Children and Parents in Consumer Culture (New York: Routledge, 1993). Tania, Modeleski,“The Search for Tomorrow in Today's Soap Operas" in her Loving With a Vengeance (Hamden: The Shoe String Press, 1982).


39) 젠더라는 개념 자체가 하나의 억압적인 구조로 작용할 수 있음에 관해서는 다음의 저서가 유용하다. Judith Butler, Gender Trouble (London: Routledge, 1990).